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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기있는 보양식, 삼계탕 이야기
    2021년 NEW FINACE 2021. 11. 8. 12:11

    삼계탕의 뿌리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양식으로 가장 즐겨먹는 음식이 삼계탕이지요. 지금은 가장 흔하게 먹는 보양식이지만 사실 삼계탕이 대중화된 것은 불과 40-50년 전으로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삼계탕의 뿌리는 18세기 조선 영조 때의 궁중화가 변상벽이 그린 그림, 자 웅장추(雌雄將雛)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어미와 아비 닭이 새끼 병아리를 거느리는 평화롭고 자애로운 모습을 그린 그림인데요, 그림 위에 한 편의 시가 적혀 있습니다. “의사에게 들은 신묘한 약을 달여야겠는데 닭고기에다 인삼과 백출을 더하면 기묘한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는 내용인데요. 후배 화가 마군후가 써넣은 시로 알려져 있는데, 선배인 당대의 궁중 화가가 그린 닭 그림을 보면서 잡아먹을 궁리부터 했다는 사실이 괘씸하면서도 재미있습니다. 어쨌거나 닭과 인삼, 한약재인 백출을 함께 넣어 요리한다는 것이니 삼계탕의 원조라고 할 수 있겠고요, 의사들이 말하는 신비한 효과를 내는 묘약이라고 표현했으니 이 무렵에 이미 삼계탕을 최고 보양식으로 꼽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만수무강을 축원하는 보양식, 초계탕

    이렇게 좋은 삼계탕이기는 하지만 진짜 더울 때는 뜨거운 음식 먹는다는 것 자체가 고역인데요, 이럴 때 먹을 만한 음식이 초계탕입니다. 살얼음 언 시원한 닭고기 육수에 식초와 겨자로 간하고 닭고기 가늘게 찢어서 오이와 배추, 배를 비롯한 신선한 채소로 고명을 올려 먹으면 흐르던 땀이 쏙 들어가고 마지막으로 시원한 육수에 메밀국수까지 곁들이면 그 이상의 피서가 따로 없지요. 더위도 한방에 날려주고 코를 찌르는 겨자와 식초의 새콤한 맛으로 기분까지 상쾌해지는 데다 잃었던 입맛까지 찾을 수 있습니다. 그저 평범해 보이는 보양식이지만, 초계탕은 조선시대 왕실 어른들이 특별히 챙겨 들었던 음식입니다. 궁중잔치를 기록한 진연의궤와 승정원일기를 비롯한 조선시대 문헌을 찾아보면 왕실 어른들의 잔칫상에 모두 열 세 차례 초계탕을 차렸다는 기록이 보이는데요. 정조 임금의 어머니인 혜경궁 홍 씨와 순조 왕비 순원왕후의 회갑잔치, 그리고 헌종의 계비 효정왕후의 칠순 잔치를 비롯해 고종과 순종의 탄신일에 초계탕이 차려졌습니다. 대부분 왕과, 대왕대비, 왕비의 생일잔치인데요. 생일을 축하하는 음식, 더군다나 지존인 임금의 탄신을 기념하는 음식이라면 만수무강의 축원을 담는 것이 기본입니다. 반드시 장수를 기원하는 보양식이어야만 하는데요, 초계탕은 단순히 더위를 잊으라는임금님의 여름 보양식이 아니라 왕실 어른의 만수무강을 축원하는 장수만세의 보양식이었던 겁니다.

    닭이 보양식이 된 이유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왜 전통적으로 닭을 보양식으로 삼았을까요? 보양식(保養食)은 몸을 편안하게, 건강하게 만드는 몸보신이 되는 음식인 동시에 몸의 양기를 보충하는 음식(補陽食)입니다. 주역에서 닭에 양기가 넘친다고 한 것처럼 양의 기운을 보충하는데 닭만큼 좋은 동물이 드물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좋기로는 영계(英鷄)가 으뜸이라고 하는데요. 영계는 그저 단순하게 어린 암탉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명나라 때 의학서인 본초강목에 영계 키우는 법이 나오는데요. ‘영계는 석영을 먹여서 키운 닭으로 쇠약해진 기운을 보충하고 양기를 더해줄 뿐만 아니라 몸이 튼튼해지고 피부에 탄력이 생기며 겨울에도 추운 줄을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삼계탕을 비롯해서 영계백숙에다 초계탕까지 닭고기를 보양식으로 삼았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인삼이 들어가는 삼계탕뿐만 아니라 식초와 겨자가 들어가는 초계탕 역시 특별히 보양식으로 삼을 만한 이유가 있었는데요. 지금은 식초가 그저 평범한 조미료에 지나지 않지만 인류가 만든 최초의 조미료인 식초를 고대 의학서에서는 몸을 따뜻하게 만들고 위와 간을 보양해주며 소화를 돕는 식품으로 보았습니다. 청나라 건륭황제의 황후가 병이 들어 낫지를 않자 전국의 명의를 모두 불러 약을 짓게 했는데 이때 만든 약 스무 가지에 모두 식초가 기본으로 들어갔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로 옛날 동양에서는 식초를 단순 조미료 이상으로 여겼습니다. 겨자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코끝을 톡 쏘는 겨자의 휘발성분이 입맛을 돋우는 역할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음식을 소독하는 역할도 한다고 합니다. 무더운 여름철 시원하게 먹는 닭고기에 식초와 겨자로 간을 해 보양은 물론이고 위생에도 각별히 신경을 쓴 데다 옛날에는 초계탕에 전복과 해삼, 버섯까지 더했다고 하니까 특별히 임금님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장수 보양식으로 삼았을만도 합니다. 속대발광욕대규(束帶發狂欲大叫)! 당나라 시인 두보가 삼복더위에 허리띠 졸라매고 점잖게 앉아 있으려니 참다못해 미칠 것 같아서 크게 소리라도 지르고 싶다고 했는데요, 답답하고 짜증 날 때는 왕실의 후예, 초계탕으로 스트레스 한 번 풀어보시지요. 맛있게 먹고 답답한 마음도 날려 버려야 진정한 보양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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