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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인들의 피시앤칩스 사랑
    2021년 NEW FINACE 2021. 11. 8. 11:52

    케이트 윈슬렛과 웨인 루니의 피로연 음식

    비틀스의 멤버였던 폴 매카트니, 영화 타이타닉의 여주인공 케이트 윈슬렛, 그리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축구 스타 웨인 루니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먼저 모두 전형적인 영국 사람들이지요. 엄청난 부자들이고요. 특히 생선과 감자를 튀긴 요리인 피시&칩스를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점입니다. 폴 매카트니는 지금 채식주의자가 돼서 고기는 물론이고 생선조차도 먹지 않지만 젊었을 때는 피시&칩스를 열광적으로 좋아했고요, 케이트 윈슬렛과 웨인 루니는 각각 결혼식 피로연 음식으로 피시&칩스를 준비해서 화제가 됐을 정도였습니다.

    영국의 국민음식

    피시&칩스는 참 단순한 음식입니다. 대구나 가자미와 같은 흰 살 생선에다 밀가루 반죽을 묻혀서 튀긴 후, 두껍게 썬 감자튀김과 함께 먹는 요리인데요, 영국인 식탁에서 빠지면 섭섭하다고 할 정도로 모두가 좋아하는 국민음식입니다. 영국 사람들이 얼마나 피시&칩스를 좋아하는지는 전해지는 일화에서도 짐작할 수 있는데요. 노르망디 상륙작전 때 피시&칩스는 영연방 연합군의 비공식 암호였다고 합니다. 다국적군이 얽히고설킨 상황에서 암호까지 수시로 바뀌었기 때문에 암호를 제때 외우기조차 쉽지 않았는데요, 그래서 영국군이 ‘피시’라고 외쳤을 때 상대방이 ‘칩스’라고 대답하면 확실한 아군이고요, 엉뚱한 대답을 하면 적군으로 간주했다는 것입니다.

    피시&칩스의 유래

    따져 보면 피시&칩스는 순수한 영국 음식이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모두 외국에서 전해진 음식인데요. 생선 튀김은 원래 포르투갈에 살았던 유대인의 음식이었습니다. 포르투갈의 유대인들은 안식일에는 고기를 먹지 않았고 불을 피워 요리하는 것도 금지했기에 금요일 저녁에 생선을 튀겨서 주일에 먹었습니다. 그런데 17세기, 포르투갈의 유대인들이 종교 탄압을 당합니다. 그들은 가톨릭으로 개종하거나 포르투갈을 떠날 것을 강요당했고, 종교의 자유를 찾아 영국으로 이주했습니다. 이후 영국에 생선 튀김 요리가 퍼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감자튀김은 벨기에에서 전해졌습니다. 예전 유럽에서 감자는 빈민들의 음식이었는데요, 겨울에 강물이 얼어 생선이 잡히지 않자 감자를 생선 모양으로 썰어 튀긴 것에서 벨기에식 감자튀김이 유래했습니다. 영국에서는 밀농사가 흉년이 들면서 빵 값이 폭등하자 대신 감자튀김을 먹게 되면서 현재의 피시&칩스의 조합이 만들어졌는데요, 생선 튀김과 감자튀김이 결합한 피시&칩스는 가난과 종교박해를 피해 영국으로 온 이민자들이 먹었던 음식이었습니다. 이런 피시&칩스가 영국에서 널리 퍼진 것은 1860년 무렵인데요, 방직공장이 몰려 있던 이스트 런던의 한 식당에서 처음 팔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노동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지면서 영국 전역으로 우후죽순처럼 번져나갔는데요. 매일매일 파김치가 되도록 일에 시달리던 공장 근로자에게 피시&칩스는 특별한 음식이었습니다. 때마침 산업화에 따른 어업 기술과 철도의 발달로 북해에서 잡히던 생선과 농촌의 감자가 도시에 싸게 공급됐는데요. 덕분에 맛있는 생선을 쉽게 사 먹을 수 있을 만큼 값도 싸진 데다 고된 노동을 견딜 수 있을 만큼 열량도 높았습니다. 하물며 신발도 튀기면 맛있다는데 생선과 감자를 뜨겁게 튀겼으니 맛이 오죽했을까요. 이러다 보니 음식 만들 여유조차 없었던 노동자들에게 피시&칩스는 정크 푸드가 아니라 환상의 요리였습니다. 19세기 말 영국 노동자들의 힘든 생활에 큰 위로가 된 음식이지요. 그래서 소설 1984년의 작가인 조지 오웰은 “영국에서 혁명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피시&칩스 덕분”이라는 말을 남겼는데요. 그만큼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는 음식입니다.

    영국인의 친구 피시&칩스 

    무엇보다 영국인들이 끔찍했던 1, 2차 세계대전을 견디게 해 준 것도 피시&칩스였습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거의 유일하게 배급 품목에서 제외돼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기 때문인데요, 불안하고 암울한 전시상황에서 피시&칩스가 주는 든든한 포만감이 사람들 마음을 달래주었습니다. 영국의 처칠 수상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피시&칩스야 말로 영국인이 고통을 견디게 해 준 훌륭한 친구(good companion)였다고 회고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영국 사람들한테 피시&칩스는 단순한 생선 튀김, 그저 평범한 감자튀김이 아니라 시련을 이겨낸 지난 세월에 대한 훈장과 같은 음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끔은 외롭고 지칠 때, 가장 힘든 시절에 먹었던 음식을 한번 드셔 보세요. 피시&칩스처럼 다시 힘과 용기를 북돋아 주는 훌륭한 친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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